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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뿌려진 꽃차 향기” – 경주 양동마을 꽃차 축제

by 오늘의 정책 2025. 7. 24.

1. 천년 고도 골목길에 핀 꽃차의 향기


경주의 양동마을은 ‘살아있는 조선시대 마을’이라 불린다. 오늘은 골목마다 뿌려진 꽃차 향기” – 경주 양동마을 꽃차 축제에

대해서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골목마다 뿌려진 꽃차 향기” – 경주 양동마을 꽃차 축제
골목마다 뿌려진 꽃차 향기” – 경주 양동마을 꽃차 축제

 

600여 년의 시간을 품은 한옥들이 산기슭을 따라 다정히 줄지어 있고, 전통이 일상처럼 흐르는 이 마을에서 매년 봄, 조금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이름하여 ‘꽃차 축제’, 이는 단순한 차 시음 행사가 아니라, 오랜 세월과 고요한 자연, 그리고 조용한 감성이 어우러진 문화적 체험의 장이다.

양동마을의 골목길은 그 자체로 전통의 박물관이다. 굽이진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골목에서는 향긋한 국화 향기가, 또 다른 골목에서는 장미와 라벤더의 은은한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마을 곳곳의 사랑채와 누마루, 마루방에서는 꽃차 시음이 열린다. 각 가옥마다 내놓은 꽃차의 종류와 향이 다르기 때문에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걷는 재미도 있다.

이곳의 꽃차는 그냥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마을 어르신들과 주민들이 손수 정성들여 말린 꽃잎, 채소, 약초로 만든 것이다. 벚꽃차, 국화차, 연꽃차, 금잔화차 등 눈과 코, 입을 동시에 자극하는 차들은 단순한 맛을 넘어 ‘계절을 마시는 일’에 가깝다.

축제 기간 동안은 마을 전통 가옥의 툇마루에서 주민들과 함께 차를 나누며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마련된다. 조심스레 내린 꽃차 한 잔을 마시며 전통 한옥의 기와 지붕을 바라보는 이 순간은, 도심 속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시간 여행이다.

특히 양동마을 꽃차 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마을 전체가 하나의 찻집처럼 변한다는 점이다. 관광객은 차를 중심으로 골목을 걷고, 차를 통해 사람을 만나며, 차를 마시며 마을의 사계절을 느낀다. 양동마을의 조용하고도 단정한 분위기 속에서 꽃차는 단지 음료를 넘어 마음을 데우는 매개가 된다.

 

2. 꽃차와 함께 배우는 전통의 미학


꽃차를 마신다는 건 단순한 시음이 아니다. 그것은 한 송이 꽃을 관찰하고, 건조하고, 덖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전통의 미학을 체험하는 일이다. 경주 양동마을 꽃차 축제에서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꽃차를 만드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이 인기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마을의 꽃차 장인들이 진행한다. 대부분은 60~70대 어르신들로, 예전부터 집집마다 이어져 내려온 꽃차 비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분들이다. 참여자들은 장인의 설명을 따라 꽃잎을 고르고, 헝겊 위에 펼쳐 말리고,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덖는 과정을 따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마치 한 송이 꽃을 공예품으로 바꾸는 듯한 세심함이 필요하다.

또한 이 워크숍에서는 꽃에 담긴 상징과 의미도 함께 배운다. 예를 들어, 연꽃차는 깨달음과 순결을, 국화차는 장수를, 장미차는 사랑과 회복을 상징한다. 전통적으로 꽃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마음의 상태를 다스리는 약차’로 여겨졌고, 꽃의 종류에 따라 내는 방식도 달랐다. 이렇듯 꽃차는 식문화이자 의례문화였으며, 이번 축제를 통해 그런 깊이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꽃잎 엽서 만들기’나 ‘꽃차 색깔 실험실’ 같은 프로그램도 함께 열려 세대와 관계없이 전통과 자연을 함께 배울 수 있는 구조로 짜여 있다. 꽃차 워크숍이 단순한 체험을 넘어 교육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축제는 전통문화 전승의 현장이라 불릴 만하다.

또한 ‘꽃차와 함께하는 예절학교’에서는 전통 다도예절을 배우며 차를 내리는 순서와 그 속에 담긴 마음씀씀이까지 익힐 수 있다.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배려와 겸손이 담겨 있음을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다시금 깨닫는다.

 

3. 조선의 풍경을 걷는 여행자의 하루


양동마을 꽃차 축제의 진가는 꽃차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주는 풍경과 경험에서 나온다. 이 마을은 경주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지만, 분위기만큼은 시간 자체가 멈춘 듯하다. 초가와 기와가 어우러진 집들이 고즈넉한 길을 따라 이어지고, 툇마루엔 바람소리만 머물고 있다. 이 조용한 시간 위에 꽃차 향이 겹쳐지면, 그 풍경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축제에 참여한 여행자들은 마치 ‘조선으로의 여행’을 떠난 듯한 감상에 젖는다. 꽃차를 마시고, 다도 예절을 배우고, 오래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복잡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 마음을 천천히 끌어당기는 시간의 리듬을 느끼게 된다. 특히 봄철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마을 전체가 분홍빛으로 물들어, 꽃차의 향과 시각적 풍경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축제 중에는 저녁 무렵, 고택 야간개방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촛불과 달빛으로 조명을 대신한 한옥 안에서의 다도 체험은 마치 고전 영화 속 장면처럼 고요하고 운치 있다. 꽃차 한 잔 앞에 놓인 초롱불 그림자는 마음 깊은 곳까지 잔잔하게 번져온다.

또한 축제 기간 중 운영되는 ‘양동 스탬프 투어’는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가 있다. 각 포인트에서는 해당 가옥에 얽힌 이야기, 인물, 풍습 등을 들을 수 있어 마을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

꽃차를 통해 열리는 이 조용한 축제는 ‘관광’이 아닌 ‘머무름’의 가치를 알려주는 자리다. 관광지를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전통 마을의 숨결 속에서 한 잔의 차로 계절을 음미하고,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걸음을 늦추는 경험.

양동마을 꽃차 축제는 그런 느림의 미학, 그리고 전통과 자연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한국적인 정취가 살아 있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