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무 마을이 살아 숨 쉬는 시간 – 숲에서 열리는 가장 조용한 축제
강원도 횡성의 깊은 숲속, 일명 ‘나무마을’로 불리는 작은 산촌에는 해마다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오늘은 나무로, 자연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숲축제” – 횡성 나무마을 목공예 페스타에 대해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겉보기에 이 마을은 조용하고 소박한 시골에 불과하다. 하지만 봄이 무르익을 즈음, 이곳에는 나무와 자연을 매개로 한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의 축제가 시작된다. 바로 ‘횡성 나무마을 목공예 페스타’다.
이 축제는 단순히 나무로 만든 물건을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장터가 아니다. ‘숲과 사람이 다시 연결되는 자리’, ‘손으로 자연을 닮아가는 시간’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횡성은 예로부터 목재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었고, 나무를 다루는 장인들이 곳곳에 퍼져 있는 고장이었다. 그런 전통이 현대의 목공예 문화와 만나, 이 조용한 숲속 마을이 ‘자연과 손작업의 성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축제의 시작은 마을 전체가 자연을 중심으로 재배치되는 일이다. 평소엔 마당으로 쓰이던 공터에 나무 조각장이 들어서고, 창고는 목공 전시장으로 바뀐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참나무 벤치가 있는 피톤치드 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아이들을 위한 작은 나무 놀이터와 캠프파이어존도 준비된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숲에서 나는 소리를 따라 움직이며 체험을 시작한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대패질하는 장인의 손길, 장작 타는 냄새, 새소리와 망치질이 어우러진 자연의 교향곡 속에서 나무를 만나고, 직접 손에 쥐어본다.
여기선 모든 것이 빠르지 않다. 나무 한 조각도, 체험 하나도, 전시 하나도 조급하지 않다. 대신 이 축제는 ‘천천히 만들어가는 시간의 가치’를 강조한다. 나무가 자라듯, 천천히 깎이고 다듬어지는 그 과정을 존중하고 즐기는 것이다. 숲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 축제는, 지금 우리가 가장 잊고 살았던 ‘자연 속 삶의 리듬’을 되찾게 해준다.
2. 손끝에서 태어나는 나무의 새로운 삶 – 목공예 체험의 진짜 매력
횡성 나무마을 목공예 페스타의 중심은 단연코 목공 체험 프로그램이다. 나무를 깎고, 조립하고, 기름을 바르고, 마침내 내 손으로 만든 생활 도구를 갖는 이 과정은 단순한 공예 체험 그 이상이다. 손끝에서 생명이 깃든 듯한 따뜻함을 직접 느껴보는 시간인 것이다.
체험은 난이도에 따라 다양하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나무 핀버튼, 열쇠고리 만들기부터,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도마, 책꽂이, 미니 의자 만들기, 심화 과정으로는 자투리 목재를 활용한 업사이클 가구 제작까지 폭넓게 구성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체험이 기계나 대량생산 방식이 아니라, 도구 하나하나를 손으로 다루는 수공예 기반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지 ‘만드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느끼는 것’까지 확장된다. 나무결을 따라 사포질을 하고, 옻칠을 덧입히며 목재가 살아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참가자들은 ‘손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특히 인기 있는 체험 중 하나는 가족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우리집 나무 식탁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도마나 트레이를 제작하며 나무의 성질과 도구 사용법을 배우고, 직접 만든 물건을 집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단지 물건이 아닌, 함께 만든 시간 자체가 기억으로 남는 선물이 된다.
축제에서는 또한 숲속 목공학교의 오픈 클래스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지역 목공 장인들이 자신만의 기술과 노하우를 소개하고, 나무를 다루며 배운 철학을 전한다.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자연과 손작업의 관계를 삶의 지혜로 풀어내는 자리인 것이다.
목공예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느리게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다듬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태도’이며, ‘사람을 대하듯 나무를 다루는 일’이다. 이 페스타는 바로 그런 태도를 직접 손끝으로 배우게 해준다.
3. 나무가 이어주는 마을 공동체 – 함께 만든 축제의 의미
횡성 나무마을 목공예 페스타가 특별한 이유는, 이 축제가 단순히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마을 주민 전체가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는 공동체 축제이기 때문이다. 축제를 준비하는 손길은 목공 장인뿐 아니라, 주민 자치회, 학교, 청년 농부, 마을 어르신들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축제 기간 동안 운영되는 ‘나무장터’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시장이다. 이곳에선 직접 깎은 나무 수저, 대나무 삼푸솔, 자투리 나무로 만든 소품, 마을산 약초를 담은 자연세제까지 진열된다. 모두 환경과 공존을 생각하며 손으로 만든 제품들이다.
또한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숲에서 여는 저녁 콘서트’다.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나무 무대 주변에 둘러앉아, 지역 음악인의 연주를 듣고, 직접 만든 목공 작품을 함께 전시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관객’이 따로 있는 공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두가 하나의 무대를 함께 만든 마을 전체의 예술 놀이다.
아이들은 숲속을 누비며 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어르신들은 손자 손녀에게 나무 다듬는 법을 알려주고, 청년들은 바비큐와 안내소를 운영한다. 세대가 어우러지고, 자연이 배경이 되며, 손과 손이 이어지는 공동체의 장이 바로 이 축제다.
나무는 자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쓰임도 길다. 나무를 함께 깎고, 다듬고, 사용하는 일은 곧 마을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 된다.
‘숲과 사람, 손과 사람, 마음과 사람을 잇는 잔치’. 횡성 나무마을 목공예 페스타는 이처럼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회복과 자연과의 공존을 실현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축제를 경험한 사람들은 단지 나무를 다룬 것이 아니라, 나무처럼 곧고 조용한 시간을, 사람 사이의 연결을 마음에 담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