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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그는 마을의 하루” – 강진 다산마을 겨울 김장문화 축제

by 오늘의 정책 2025. 7. 25.

1. 겨울이 오는 소리, 김장으로 시작된다 – 강진 다산마을의 계절 풍경


전남 강진 다산마을은 조용한 시골 마을이지만, 매년 겨울이 오기 직전, 이 마을은 색다른 활기로 채워진다. 오늘은 김치 담그는 마을의 하루” 강진 다산마을 겨울 김장문화 축제에 대해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김치 담그는 마을의 하루” – 강진 다산마을 겨울 김장문화 축제
김치 담그는 마을의 하루” – 강진 다산마을 겨울 김장문화 축제

 

김장철이 다가오면 마을 주민들은 물론 외부에서 찾아온 사람들까지 한데 모여 커다란 공동체의 손길로 김치를 담그는 풍경이 펼쳐진다. 강진은 남도의 따뜻한 기후 덕분에 배추가 잘 자라고, 마늘, 고춧가루, 생강, 굴 등 김장에 필요한 재료도 근처에서 풍부하게 나기 때문에 예부터 겨울 김장철이 되면 풍요로운 축제가 벌어졌다.

이 김장문화는 단지 ‘음식’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생활을 하던 땅이라는 특수성도 있어서, 이 마을은 ‘정신적인 나눔’과 ‘공동체적 삶’에 대한 이야기로 김장을 해석한다. 그래서인지 다산마을의 김장축제는 관광객에게도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며 김치 한 포기 한 포기를 버무리며 마을 사람의 삶에 녹아드는 특별한 시간이 된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 축제를 통해 사라져가는 전통방식의 김장법을 알려주고, 젊은 세대는 그 자리에서 소금에 절인 배추를 쪼개보고, 양념을 발라보며 오감을 열게 된다. “우리 집 김치는 이렇게 담가요”라는 한마디가 쌓이면서 다양한 김치 레시피가 공유되고, 서로 다른 집안의 방식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마치 음식의 조화처럼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2. 김장은 함께 해야 제맛 – 공동체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축제


다산마을 김장문화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함께 담그는 김치’라는 점이다. 가족 단위, 친구, 연인은 물론 처음 만난 사람들까지 같은 테이블에서 양념을 버무리고, 배추를 절이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이 축제의 핵심이다. 이 축제에서는 특별한 순서도, 형식적인 절차도 없다. 마을 할머니가 나서서 김장을 주도하면, 옆에서는 젊은 참가자들이 질문을 던지고, 또 어느새 서로 김치를 나르며 우정을 쌓는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손길과 웃음 덕분이다. 마을 사람들은 “김장을 담그는 날은 마을의 명절”이라며 손님들을 친척처럼 맞이한다. 그들은 축제를 준비하며 수확한 무, 갓, 쪽파, 생강을 내어놓고, 직접 담근 젓갈과 고춧가루를 내놓는다. 그 모든 재료는 지역의 품을 느끼게 하며, 단순한 음식 체험이 아닌 진짜 ‘로컬’ 경험이 된다.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교육의 기회가 된다. 스마트폰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김장 과정을 실제로 체험하면서, 세대 간 소통의 장도 자연스럽게 열린다. 축제장 한편에는 ‘김장 퀴즈’, ‘김치 스탬프 투어’ 등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되어 세대를 아우르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김치를 담근 후 이웃끼리, 그리고 어려운 가정에 나눔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축제의 수익 일부와 김치는 지역의 독거 어르신, 취약계층에게 기부된다. 그래서 이 축제는 단순한 놀이나 체험이 아닌, '따뜻한 연대'로 마무리된다.

 

3. 전통과 현대의 징검다리, 김장문화의 미래를 잇다


다산마을 김장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지속가능한 전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김장이라는 한국 고유의 계절 문화는 점점 도시에서 사라지고, 마트에서 사 먹는 김치가 대세가 된 지금, 이 축제는 김치의 뿌리를 되짚고 다음 세대에 전통을 전한다. 마을은 이를 위해 다양한 기록과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김장담그기 과정을 담은 영상, 김치에 얽힌 마을 주민들의 구술사, 그리고 김장체험 매뉴얼까지 – 단순한 체험이 아닌 문화 유산으로의 승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이 축제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도 놓치지 않는다. SNS에 공유하기 좋은 포토존을 설치하고, 체험 내용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업로드할 수 있는 ‘김치라이브 스튜디오’를 운영해 젊은 세대의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 집 김치자랑 릴스 챌린지’, ‘할머니와 함께 담그는 김치 브이로그’ 같은 프로그램도 이색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통은 보존되되, 방법은 새롭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강진 다산마을은 이 축제를 단발성이 아닌 연중 이어지는 마을 프로그램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김치와 관련된 음식 교육, 발효문화 워크숍,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을 연계해 마을 경제도 함께 살리려는 움직임이다. ‘김장을 매개로 한 로컬 콘텐츠화’는 이제 작은 마을이 살아남는 하나의 전략이 되고 있다.

김장문화는 단순히 김치 한 포기를 담그는 일이 아니다. 가족이 모이고, 이웃이 모이며,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마을의 정서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리고 다산마을의 김장문화축제는 이 모든 감성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살아있는 전통의 현장이다.